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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4 인천In 릴레이 갤러리 김순임 작가 기고글 Vol 3_ 길 위의 날개
2026-09-15 1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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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작가 _3rd 길 위의 날개

  

 나는 아주 작은 공원과 초등학교 사이의 2개 동만 있는 작은 아파트에 산다. 21년 전 처음 이사올 때도 이 아파트의 베란다 난간에서 비둘기들이 쉬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처음엔 이 높은 곳까치 찾아온 것이 신기하고, 그래서 쉬어가는 줄 알았다. 주말에 비둘기 우는 소리가 너무 요란해 보면 실외기 위에 두서넛이 앉아서 신나게 떠들고 있다. 낮에는 사람이 거의 집에 없으니,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았지만, 지난 코로나 판데믹때 열흘간 강제로 집에 격리되어 있어보니, 우리 집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었더라. 실외기 아래 그들의 방에는 작고 동그란 알도 있고, 비둘기들은 싸움도 하고, 질투도 하고, 유혹도 하며 사는 것처럼 살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동거비둘기’라 말하여, 자가격리 내내 친구처럼 관찰하였다. 

 

사진01) 좌) 작가의 아파트 실외기 위의 비둘기, 우) 전주천 둑방 길에 떨어진 깃털

 

사진02) 길 위의 날개/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폐 보도블럭(2012 올림필공원제공), 가변설치, 2025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평화생태전시관 설치

 

 쉰. 그해 가을, 나는 길 위의 새 들을 만나고 있었다.

2024년 나는 ‘자연의 영토: 함께-세계 만들기에 대한 예술적 물음’이라는 협업프로젝트에 초대를 받아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5월에 연락을 받고, 6월부터 2차례의 워크숍으로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소통하고, 10월의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연구 성과를 나누었다. 이 프로젝트는 빨간씨 최창희 예술감독과 한국자연미술가협회 야투 주최, 국립생태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과 협력을 통해 진행되었다. 예술가들이 과학자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라, 내가 모르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경험은 늘 새로운 작업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믿었기에, 처음 연락 받았을 때 무척 두근거렸다. 당시는 새로 작업을 위해 머리가 아팠을지 모르겠으나, 역시나 괴로운 기억은 모두 휘발되고, 과학자님들의 총기 어린 눈빛, 마음을 다하는 연구방식에 감동과 설렘의 기억만이 남았다. 

 

사진03) 길 위의 날개(부분) /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폐 보도블럭, 가변설치, 2024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설치

 

사진03-1) 길 위의 날개 /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폐 보도블럭, 가변설치, 2024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설치

 

오랫동안 아마도 30년 가까이, 길을 가다 떨어진 새의 깃털을 보면, 막연히 예뻐서 수집하였다. 지금까지 국내 여러 곳 세계 각지에서 꽤 모았지만, 작업실 귀퉁이만 차지하고, 이것이 작업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해 국립생태원의 과학자님들과의 워크숍을 하면서, 천적의 먹이활동, 서식지 문제, (우동걸 박사님의 도시 야생동물의 삶), 도심의 투명유리로 인한 조류 충돌(강종현 박사님의 인간과 야생조류의 공존), 자연과 인간을 위한 생태모방(김백준 박사님) 등 나의 일상에서 발견했던 새의 이야기가 과학자들의 시각을 접하면서 더 깊이 내 이웃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나와 다른 것들을 배척하기 쉽다. 도심에서도 산책길에 만나는 공원의 새 들, 고속도로 너머로 공중에 길을 만들어 다니는 새 들,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는 아이들... 사람과 삶의 영역이 겹쳐진 이들은 또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으로 깃털을 떨어뜨린다. 

 

사진04) 길 위의 날개/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폐보도블럭(2012올림픽공원제공), W2xD3xH6m 공간에 가변설치, 2025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 설치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이 작은 날개로 이들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다.

이 작은 생명의 삶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업은, 길, 그 시간에서 나와 함께 존재했던 생명의 기억과 날개의 흔적을, 길 위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식물의 생명력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그해 가을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로비에서 처음 발표하고, 이후, 2025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북한의 해변이 바로 보이는 애기봉에서, 나주의 나빌레라 문화센터에서 순회 전시를 통해 점점 확장되며 성장해 갔다. 

 

 사진5) 비둘기 소년-다니엘 (부분) / 가변설치, 양모펠팅, 깃털, 와이어, 다니엘의 스니커즈와 스케이트보드, 2012 /2024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설치

 

 사진6) 비둘기 소년-다니엘 / 가변설치, 양모 펠팅, 깃털, 와이어, 다니엘의 스니커즈와 스케이트보드, 2012 / 2024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설치

 

 동유럽 이민자이면서 5세 이후 뉴욕에서 살아가는 다니엘에 대한 작업은 2008~2012년까지 긴 시간 붙들고 있었던 작업이다. 도시의 골목에 사는 성스러운 새 비둘기와 도시에서 이름 없이 그 도시의 격이 된 사람의 이미지를 연결한 이 작업이 오랜만에 묵은 먼지를 털고, 그해 인천아트플렛폼과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에 나들이 나왔다. 작품이 태어나 완성될 때까지 작가와 오순도순 티격태격 살다가, 전시를 통해 작가를 떠난 작품은 전시로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성장한다. 너무나 어울리는 장소에 당당히 서 있는 작업을 보며 ‘저 아이는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한다. 

 

사진7) 비둘기 소년-다니엘 (부분) / 가변설치, 양모 펠팅, 깃털, 와이어, 다니엘의 스니커즈와 스케이트보드, 2012 / 2024 인천아트플랫폼 설치

 

사진8) The Face 15 -Rayir / Ethereal 세라믹, 무명실, 와이어, 프랑스 발로리스 길 위의 비둘기 깃털, 가면설치, 2014

 

그러고 보니 프랑스 발로리스의 골목길에서 만난 Rayir를 표현한 작업에도 그 아이가 살던 골목길에 떨어진 깃털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땅바닥을 보며 줍고 다니다 보면 길을 천천히 가게 되고, 천천히 가다 보면, 말 거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야기 속에는 늘 내가 모르던 세계가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깃털은 그 주변에 어떤 새가 사는지 알게 해준다. 

멈추어 자세히 보고, 궁금해하고, 천천히 둘러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국립생태원의 과학자들과 함께 서로의 분야를 나누면서, 나는 내가 새를 말하면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새들이 도시에서 겪는 삶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사진9) 땅이 된 바다 _ 굴 땅 / 만석동 굴 껍질, 무명실, 와이어, Led미광, 모션센서, H12mx W7m x D6m공간에 가변설치, 2016 인천아트플랫폼 야외설치

 

만석동에서 버려지는 굴 껍데기가 버려진 장소에 쌓여 땅이 되고, 이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과 삶의 상징이 된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이야기의 시작은 늘 그 장소에서 가장 흔해 버려지는 것들을 찾았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보다 오래 살며, 길 위 가장 낮은 곳을 이름 없이 구르며, 사람들을 지켜보았음직 한 돌멩이는 어느 도시, 어느 장소를 가든 내게 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사진10) 나는 돌_북한산 / 북한산의 돌멩이, 무명실, 와이어, 깃털, H8xW6xD6m 공간에 가변설치, 2026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새벽의 집 설치

 

 작업하며 땅바닥을, 하늘을, 우리 주변을 자세히 보려고 하며 발견된 이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존재가 드러나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내 아파트의 동거 비둘기는, 참다 참다 ‘비둘기야 나야!’를 외치는 남편의 절절한 외침에, 2025년 봄 강제이주 되었다. 동거 비둘기가 아무리 애틋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불만에는 어쩔 수 없더라.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새 들을 보면, 그해 그들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공간을 함께 나누어 쓰며 느끼는 불편함과 그럼에도 함께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한다. 

 

 

 

김순임 작가는 각 지역의 자연과 그로 인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발견된 이야기들을 각 지역 특유의 자연 오브제 및 공간과 엮어 설치, 장소특정적 현장작업, 조각,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발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2002년 이후 환경과 사람,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세계 다양한 곳에서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경북 풍기에서 성장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공부하였으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인천 효성동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www.kimsoonim.com

출처 : 인천in 시민언론의 길을 열어갑니다(http://www.in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