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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1 릴레이 갤러리 김순임 작가 2 _ 바다 풍경, 풍경이 된 플라스틱 /인천In 기고글 Vol 2
2026-08-11 1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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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작가 2 _ 바다 풍경, 풍경이 된 플라스틱 20260811

  

아... 정말... 정말이지... 너무 뜨겁다... 

집과 작업실을 오갈 때 들이닥치는 도시의 공기는 어째 점점 더 위협적이다. 끝날 것 같지 않는 열기가 계속되는 여름.. 나의 쉰, 그 해 여름을 복기하기 위해 사진자료를 뒤적이며 미적지근 달짝한 차로 달구어진 뇌를 달래본다. 

 

그 해 여름

그래, 그때도 뜨거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땡볕에서 작업 했음에도, 더워 괴로웠던 기억은 희미하고, 뇌에는 시원한 감정이 강하게 남아있다. 작업을 시작하고 땡볕에 정수리가 달궈질때는 언제나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걸 구상해서 사서 몸을 굽고 다닐까...”하며 자책하다가, 작품이 설치되고 전시를 오픈하고, 작품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감상을 전해 들으면, 뇌에서 ‘망각’이 작동한다.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희미해지고, 전시를 준비하며 수집된 오브제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게 되면 신나고, 신나면 시원해진다. 이 뜨거운 여름에도... 

습도 높은 한 여름, 무기력과 게으름을 부르는 도심의 공기 속에서, 그 때 그 여름의 기억으로 잠시 뇌를 속여본다. 

 

사진1) 2024 바다풍경-제주/ Sea-scape_Jeju 프로젝트 작업과정 / 2024 제주비엔날레 출품

 

<Sea-scape / 바다 풍경>시리즈는 2019년에 부산바다미술제를 위해 다대포를 대상으로 구상했다가, 당시 제작예산이 감당이 안되어 반려되었었다. 일년내 부산을 오가며 답사하고, 지역환경관련 기관을 리서치하고, 해양플라스틱연구단과 함께 다니며 지형을 배우며, 작품을 구상했던 애착이 아쉬워, 이 작품제작을 위해 다음해 다대포에 있는 작가 레지던시 ‘홍티아트센터’에 지원하여 안정적으로 숙박과 작업실을 확보하고 작업을 실현할 수 있었다. 

 

사진2) Sea-scape_ 다대포, 다대포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고리,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2020

사진3) 바다무지개, 부분이미지, 일본 규슈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바늘, 단채널 영상, 사운드, 센서, 2020 (사진 심우현)

 

작업의 과정.

 한번에 2시간 정도 해변을 산책하며 풍경속에 숨어든 해양플라스틱을 찾는다. 발견한 플라스틱이 있던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느릿느릿 자전거로 실을 수 있을 정도 2마대 정도만 수집해서 작업실로 가지고 온다. 작업실로 가지고 온 플라스틱을 물로 깨끗이 씻고, 색깔별로 분류하여 건조한다. 무명 실로 엮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구멍을 내고, 실로 엮어 공간의 풍경이 되도록 설치한다. 

 

사진4) 바다풍경-제주, 세척 분류 작업과정 (제주 서성봉작가 작업실)

 

그런데 입주전 마침 홍티아트센터에서 일본 규슈예문관과 교환작가프로그램이 있었다. 작업구상단계에서 리서치 할 때, 해양플라스틱이 쌓이는 지형과 해류, 바다로 인해 연결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형적 특성을 배웠던 터라, 부산을 마주보고 있던 후쿠오카, 규슈의 해변을 연구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첫 전시를 일본 규슈예문관에서 <Sea Rainbow 바다 무지게>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해류에 의해 북한과 중국, 한국의 플라스틱이 쌓이는 지역이라 작품에 사용된 해양플라스틱의 80%에서 한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작업 하면서 다양한 한국 플라스틱을 만난 셈이다. 

 

사진5) 2020 김순임개인전 <바다무지개> 포스터, 규슈예문관 설치, 

사진6) 바다풍경-다대포, 다대포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2020, 부산F1963 설치

 

이후 부산 다대포에서 <Sea-scape 다대포>로, 서산 태안해변에서 <Plastic Nature>로, 그리고 2024 여름 4번째 해변 부안의 변산, 5번째 해변 제주도로 확장되어 도시를 달리하며 시리즈가 성장하였다. 

 

사진7) 변산, 풍경이 된 플라스틱 / 변산해변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단채널영상, 가변설치, 2024 부안역사문화관 부안군문화재단 작은미술관 프로젝트

사진8) 변산, 풍경이 된 플라스틱 / UV프린트 베너10개, 가변설치, 부안역사문화관 야외 설치

 

플라스틱의 탄생은 당연히 사람의 ‘필요’, ‘효용’, ‘편의’에 의해서 이다. 그리고 화려하게 포장되어 싸고 쉽게 소비된다. 사실 사람의 생존과 생활에 플라스틱은 너무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버려질땐 그 역할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가볍고 쉽게 소비되고 버려진다. 사람을 떠난 이들은 바다를 여행하며, 처음 사람들이 정해준 색과 형태에서 점 점 변화된다. 

여행하는 플라스틱은 같은 아이들이 없다. 햇빛과 짠물, 바람과 파도에 의해 변화한다. 그러다 어떤 생명체들의 집이 되기도 하고, 먹이가 되기도 한다. 수풀속에서 수풀인척, 모래속에서 모래인척, 바위틈에서 바위인척 풍경에 숨어 풍경이 되어간다. 

사진9) Plastic Nature_서산 신두리, 작업과정, 2022

사진10) 변산, 풍경이된 플라스틱,  UV 베너프린트, 2024

 

쉰의 여름, 제주의 해변을 한바퀴 돌았다. 

2024년 제주비엔날레는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라는 주제로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전시되는 국제행사였다. 1월에 참여를 위한 전화를 받고, 5월에 출품작을 확정하고, 그 여름 제주에 머물며 제주의 용두암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숨겨진 해변을 돌며 작업하였다. 여기서‘숨겨진’의 의미는... 성수기 관광지의 해변에는 쓰레기가 없더라. 감사하게도? 보이지 않게 해변을 깨끗이 하는 손들이 있어, 나는 부러 해수욕장은 피하고, 사람들이 가지 않거나 가기 힘든 곳으로만 지도를 보며 찾아다녔다. 

파도는 매일 들이치고, 사람 드문 해변에는 매일 새로운 플라스틱이 쌓이더라. 

 

사진11) 바다풍경-제주, 제주해변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2024, 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설치, 

사진12) 바다풍경-제주, 제주해변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2024, 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설치,

 

해변을 돌며 수집한 플라스틱은 제주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서성봉 작가의 작업실로 옮겨 세척, 분류하고, 이후 미술관으로 옮겨 10일 동안 엮어 설치하였다. 

수집된 해양플라스틱의 이미지와 수집과정이 담긴 영상은 작품의 일부로 함께 전시 되었는데, 이는 관람객이 설치된 해양플라스틱이 있었던 해변의 환경을 영상에서 함께 찾아 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전시장을 지키던 분이 보내주신 사진 중에, 어린이들이 바닥에 설치된 모니터에 둘러앉아 영상에 맞는 해양플라스틱을 찾기 놀이 하며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는 한 컷은 작가에게 흐믓한 감동이 되었다. 

 

사진13) 바다풍경-제주 Sea-scape_Jaju, 제주해변의 해양플라스틱, 무명실,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2025 제1회 니즈니노브고로드 국제 환경비엔날레 설치, 러시아

 

이후 <바다 풍경 – 제주>는 해류를 거슬러 러시아로 가서, 2025 제1회 니즈니노브고로드 환경미술비엔날레에 출품되어 많은 관람객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바닷길이 막혀 한국으로 오기위해 대기중이다. 바다를 표류하던 이들은 또 다른 형태로 바다를 유영중이다. 

 

사진14) Plastic Nature _서산 파도리 작업과정, 2022

 

우리 삶은 플라스틱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고, 그 의존을 대체할 기술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보아야 한다. 인식은 불편함의 시작이며 불편함은 변화의 시작이다. (2024 작가노트 중에서)

 

이 글을 쓰는 오늘, 뜨거운 공기에 녹아내려 눌러 붙은 고무장갑을 떼어내며, 불과 몇 년만에도 달라진 여름의 열기를 느낀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걸까? 매년, 매달, 매일, 매순간 달라지는 환경에 힘겹게 적응하며 버티고 있는건 아닐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남은 한짝의 고무장갑이 서럽다. 

 

사진15) 변산, 풍경이된 플라스틱, UV 베너프린트, 2024

 

김순임 작가는 각 지역의 자연과 그로 인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발견된 이야기들을 각 지역 특유의 자연 오브제 및 공간과 엮어 설치, 장소특정적 현장작업, 조각,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발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2002년 이후 환경과 사람,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세계 다양한 곳에서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경북 풍기에서 성장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공부하였으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인천 효성동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www.kimsoonim.com

 

출처 : 인천in 시민언론의 길을 열어갑니다(http://www.in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