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5 길 위의 날개 Wings on the Road _ 사공토크 -구르놀다 / 대안공간 이포 설치
2025-04-25 19:48:15

길 위의 날개

가변설치, 길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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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는 Urban Jungle 이라는 주제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Urban Jungle 은 우리의 맥락속에서 도심속에 공존하는 자연의 이미지에 가까웠지만, 사전에 찾아보면, 도심 속 경쟁하는 복잡한 인간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단어이다. 

도시는 인간이 인간을 위해 구축해 살며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인간을 위하기 위해 반듯이 자연이 수반된다. 인간 또한 자연이므로 자연이 공존하지 않는 공간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많은 생명들 중, 많은 것이 사람의 편의에 의해 육성되고, 사람의 미약한 불편 때문에 배척된다. 사람의 공간에 공존하기 위해,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그 이외의 유휴공간들을 점거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도시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보려면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들의 도시에서의 생존방식이 눈에 띄지 않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원이나 골목, 깨끗이 관리 되지 않은 공간에는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이런 공간에서 새의 깃털을 만났다.

이곳에 나와 함께 존재하고 존재했던 이들의 흔적. 그들의 날개와 찬란한 비상을 상상하게 하는 오브제.

 

20년간 살아온 나의 오래된 아파트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는 그 2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비둘기 가족이 집을 짓는다.

3마리의 성인 비둘기가 오고, 그 중 암컷은 알을 낳아 품기도 한다. 베란다 난간에 셋이 앉아 먼산을 보며 대화하는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나는 이들을 나의 동거 비둘기라 한다.

사람은 자신의 공간에 소유를 정하고, 그 소유에 안정감을 갖기도, 부소유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공간은 사실 누군가의 온전한 소유가 될 수 있을까? 소유를 위해   벌레나, 도시동물, 식물 등 다른 생태를 배척해 보려 온갖 노동과 생화확적 시도를 해 보아도, 사실 일시적이다. 인간의 수명이 그러하기에..

나는 매년 나의 집에 공존하는 나의 동거 비둘기를  통해 이 공간이 나의 공간이 아님을 인식한다. 나 또한 이 공간에 짧은 레이어가 될 시간을 품은 생태일터다.

그래서 나와  이 공간에서 공존하는, 공존했던 이들이 특별하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

 

길에서 깃털을 만났다.

깃털은 날개가 아니지만 날개였다.

나와 함께 살아갔던 날개였다.

 

나는 사람의 동선에 거슬리지 않는 빈공간에서 식물이 성장하듯 이 날개의 흔적들을 식물화 하여 설치하였다.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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