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굴러먹던 돌멩이- 을지로>
I meet with stone – Euljiro
을지로의 돌멩이, 투명아크릴에 UV프린트, 트레이싱지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설치, 2026
구르는 돌멩이는 땅바닥에 붙어 변화하는 을지로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돌멩이를 만나고, 돌멩이가 보고 있을 것 같은 낮은 풍경을 만나고, 작가를 만난 돌멩이가 전시장으로 구르고, 사람들을 만나면, 을지로의 시간이 흐른다.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 을지로를 만났다. 좁은 골목, 작지만 전문적인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작품을 상상하고, 구체화하기위한 기술과 재료를 을지로를 서성거리며 배웠다. 을지로를 구르던 내가 기억하는 을지로는 손기술 좋은 사람들과, 작업재료로 사용하기 좋은 버려져 쌓여 있는 재료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하게 하는 재료들, 일상을 분해하여 인식하게 만드는 다양하고 풍성한 재료와 기법의 천국이었다. 목적을 가지고 왕래하던 을지로를 멈춰 들여다보니,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더라.
내가 기억하는 을지로는 이제 없고, 을지로는 계속 변화하고 변화할 예정이더라.
도시의 돌멩이.
어떤 건물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와 길 위를 구르는 이, 조경을 위해 장식했다가 누군가 발로 차 길로 굴러간 이, 100년도 안되는 인간보다 더 오래 을지로에서 터잡고 있다가, 어느 날 공사로 파여진 땅에서 올라온 이, 큰 돌이 깨지며 떨어져 나간 이, 콘크리트 벽의 일부였다가 부서진 이, 이들은 길 위의 돌멩이다.
땅바닥을 구르는 돌멩이는 땅바닥에 착 붙어 변화하는 을지로를 바라보고 있다.
을지로를 걷다가 을지로의 돌멩이를 만난다. 이 돌멩이가 보고 있는 풍경은 무엇일까?
내가 돌멩이를 만나고, 돌멩이가 보고 있을 것 같은 풍경을 만나고, 기록하여 전시장으로 가져오면,
돌멩이는 전시장으로 구르고, 기록된 풍경도 전시장으로 흐르면,
을지로의 시간이 흐르며 을지로는 변화한다.
을지로의 어떤 시간과 공간을 바닥을 구르는 돌멩이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다.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