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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Sculpture

2015 Cotton Drawing 11-Lee Ok Lan _Gallery MeMe Seoul

Cotton Drawing 11-Lee Ok Lan _Gallery 밈 Seou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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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주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할머니, 이 옥란.

스스로 주장하지 않아도 어느새 거대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

온 벽을 덮은 광목은 거대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그 한 가운데 

작고 주름진, 약하고 고단한 그녀의 얼굴이 있다 

_ 2006 작가노트중에서

 

이옥란 할머니... 제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저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분입니다. 어제 보여드린 작품에 등장하는 할어버지와는 70여년을 함께 하신 분이죠.. 학교는 모르겠고.. 16살에 집과는 아주 먼곳으로 두아이가 있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다섯 딸과 한 아들을 낳고 그 자식의 자식들까지 키워낸 분입니다. 할머니와 대화하면.. 뭔가 답답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처음 배우는 것이 "나는~", "너는~" 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그런 개념이 아예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와 "우리가 아닌것" 정도..? 그런데 그 "우리가 아닌 것"도 때에 따라 "우리"가 되기도 하는... 
모든 (제가보기에) 희생으로 보이는 것들이 이 분에겐 당연한 듯 보였고 그 당연함의 혜택으로 전 "I"를 찾으며 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분을 이해하기 힘들고 가능할것 같지 않지만.. 한가지! "I"의 개념 없이도 인생이 잘 살아지더라는 것... 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모두가 찾느라 목메는 그 "I"는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해준 사람입니다. 

재밋는 건... 이분의 남편... 그러니까 70년을 함께 하신 그분이 돌아가실 때.. 20대에 사별한 부인 곁에 묻어달라 유언하셨는데... 평생을 할아버지 말씀만 옳다 하셨던 이분께서... ㅎㅎㅎ 단호히 거부하시고 따로 장례하신 후 당신이 함께 묻히셨다는... 70년을 함께한 사람과 삶에 조용하지만 한방 있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얼굴이 유난히 작으셨는데... 돌아가실 즈음엔 7세 아이처럼 몸도 작아지셔서... 그 작은 얼굴이 더 작아보였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얼굴이 사실 온 가족을 덮고, 당신의 남편도 덮었던 거대한 이불이었습니다. _2020.3.4. 작가노트중에서

 

이옥란 할머니는 가부장제가 강한 유교집안에 사별하고 두아들이 있는 남자에게 16살에 시집온 분이다. 전라도 친정에서 경상도 안동까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온 그녀는 다섯 딸과 아들하나를 낳고, 남겨진 두 아들까지 함께한 그녀의 세월이 어떠했을지.. 나로서는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향도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아니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그의 집안 200여 사람들(명절때방문하는 사람들), 5딸과 3아들, 그들의 15자식의 자식들, 2며느리들이 그녀와 긴 세월을 함께 살았고 기억한다. 큰 벽을 모두 싸 않은 거대한 보자기처럼 그녀의 얼굴은 작지만 크다._2020.4.27.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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