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note

상하이의 젊은 예술가들과 그들을 위한 공간들...

 

상하이의 젊은 예술가들과 그들을 위한 공간들...

 - 타이캉루, 모간산루, 상해조각예술센터,  (여행기간 2008. 11. 3 - 11. 7)

 

 

  1-김순임 그림-상하이.jpg

 

 넓은 도시의 도로 위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혼재하며, 넓으면서도 복잡한, 낮 익은 풍경을 지나, 어느 좁은 골목길 앞에서 버스가 섰다. 타이강루. 아마도 이렇게 읽힐 것 같은 현판이 걸린 좁은 골목길이다. 중국어를 읽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3미터가 겨우 될까 말까 한 골목길을 접어들면, 골목의 오래된 건물과는 대조되게 화려하고 고급스런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흔한 공산품이 아니라 어떤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 임직한 공예품들이 전시장 같은 내부의 윈도우를 차지하고 있었고, 작고 오밀조밀하게 소품 회화나 사진을 파는 화랑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한국의 이미 상업화된 홍대 앞 예술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이 풍경들은, 작가들의 작은 소품들이 빼곡히 들어찬 윈도우가 작은 공간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한 흑백사진전을 하고 있는 화랑에 들어섰다. 사실 사진보다 내부가 궁금했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직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갤러리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밖에서는 5평 남짓 해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유리로 된 벽을 지나니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다른 기능이 있었음직한 내부는 그 옛 모습과 골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높이는 족히 4미터는 되어 보이는 삼각 지붕의 형태였으며, 사방 벽은 얇은 벽을 덧대어 전시장의 형태로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이었다. 젊은 작가 몇몇이 사진작품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 옆의 길쭉한 방에는 수장고를 연상시킬 정도로 수많은 작품이 빼곡히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상설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전반적으로 옛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두었기에 관광객에게는 좋은 볼거리였지만, 사실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갤러리의 기능으로는 효과적인지가 의문이었다. 옛 공간을 살린 작업은 그 안에 들어갈 작품도 그 공간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상업화랑에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취를 가진 건물이 남아 많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예술적 자극을 하고 있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그곳을 나와 타이캉루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빼곡히 들어찬 레지던시 건물을 방문했다. 1층과 2층은 강남역 지하상가 같은 작은 윈도우로 이루어진 공간들에 빼곡히 화랑들이 입주해 있고, 3층과 4층은 6평 남짓한 공간으로 분할된 작업실에 작가들이 작업중이었다. 오픈스튜디오 기간이 아님에도 작업실의 문은 마치 원래 열려있었던 것처럼 열려있었고, 그 안에는 거의 완성된 작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있었다. 몇몇 작가들의 작업실을 제외하고는 작업하는 과정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의 작가들은 한국의 고양이나 창동, 난지 창작스튜디오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기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래층의 화랑보다 투박한 조명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소장가를 기다리는 듯한 준비된 모습이라고나 할까, 인두로 베니아판을 태워 풍경을 표현하는 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시도해 보았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그였지만, 너무도 친절하게, 자신의 작품을 중국어로(?) 설명해주고 과정도 보여주었다. 젊은 작가나 실험적인 전시를 시도하는 대안공간에 어떤 정부지원도 없는 중국의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강한 의지와 열린 마음을 조금 엿보았던 것 같다. 영어를 못해 미안해 하면서 그 층에 남아 작업하는 모든 작가들을 불러 어떻게든 설명해 주려 하는 작가 덕분에 나는 또 사람들에 둘러싸여버렸다.

타이캉루의 좁은 골목은 중국 안의 제삼세계처럼 많은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좁은 골목 안에 유럽풍으로 리모델링된 많은 카페, 레스토랑, 타투샵, 유명하고 속된말로 미술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중국화가(쟝 샤오밍이나, 리에 민준 같은..)의 그림을 그대로 카피해서 파는 이미테이션 화랑까지.. .. 묘한 이국적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끊임없는 자극을 원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너무 달콤한 장소일 듯 하다.

 

모간산루의 입구 카페 앞에 내리고서야.. 나는 이곳이 2007년 하이상하이 페스티벌에 일환으로 참여했던 국제전 때문에 방문했던 장소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2007년에는 장소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않고 중국의 이미지와 사람들만 머리가 아닌 눈 속에 담아가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그 눈 속에 담아간 이미지를 다시 만난 반가움에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으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다닐 수 있었다.

사실 상하이의 소비수준은 중국인의 평균과 거리가 멀다고 들었다.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입구의 카페의 커피가격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방문 때도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던 곳이 많았는데, 물론 그때 공사 중이던 곳은 이미 완공이 되었으나, 마치 모간산루가 주변을 잠식하듯, 인근의 방직공장과 창고들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미 세계 또는 중국 내 여러 지점을 가진 유명한 갤러리들이 입주해 있어서, 급속도로 상업화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뉴욕의 첼시  처럼 공장이었던 곳에 가난한 작가들이 입주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그 터를 예술공간으로 만들면, 그 아름다운 열매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발빠른 자본이 모이게 되는 것이 역사가 증명한 내용이다. 이곳 또한 그 틀을 벗어나 보이지 않았다. 각기 유명한 갤러리들은 각자 자신들의 전속작가들을 보유하고, 막강한 자본으로 중국 미술시장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 전쟁터 속에 희귀한 대안공간인 비즈아트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 경이로움 이었다. 모간산루 입구쪽에 위치한 이 공간은 중국의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곳의 존재는 씨앗 같아서, 분명 중국의 젊은 예술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국내 대안공간들과도 교류가 있었던 비즈아트를 만난 것도 반가웠지만,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다른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대안공간들에 대한 걱정이 잠시 밀려왔다. 그 존재의 소중함과 고마움도 함께..

외곽 쪽으로 난 골목길을 접어드니, 번호가 써있는 문들이 등장했다. 골목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작가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그의 작업실을 볼 수 있는지 부탁했다. 흔쾌히 자신의 작업실 문을 여는 그는 프랑스에서 8년을 살다 돌아온, 화가였다. 복층 형식으로 된 그의 작업실은 2층의 전면은 투명하여 아래층에서도 위에서 진행중인 작업을 볼 수 있었고, 그 공간은 자신의 작업공간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1층은?. 그곳은 전에 타이캉루에서 보았듯이 작품들을 빼곡히 진열해 놓고 방문자가 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2층이 있는 아래쪽 1층에는 서류작업을 할 수 있는 책상과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작가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여러 소품들과 함께 작업실 전면지붕 부위는 홑겹유리로 되어있어 자연광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나, 너무 추워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냐는 질문에 부인과 아이들이 함께 사는 집은 인근에 따로 있고, 이곳은 아침 9부터 오후 5까지 출퇴근 하듯 작업을 하는 공간이라 하였다. 작가에게 꾸준한 성실함과 규칙적인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실천하는 이를 만난 반가움이 있었다. 한달에 이 작업실에 대한 임대료는 5000위엔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정도이니 중국인의 소득수준에 얼마나 비싼지는 상상이 않된다. 그 정도의 임대료는 나에게도 상상 불능이기에 하지만 이 작가는 판매를 전재로 작업을 하고 있고, 판로도 있는 듯 보여, 물론 경기가 안좋아져서 힘들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였다.

 

상하이 조각 예술센터의 규모는 이제껏 본 예술지역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타이캉루나 모간산루가 골목골목이 이색적인 자생적 공간이 성장한 지역이라면, 상하이 조각 예술센터는 한국의 헤이리 문화공간처럼 계획하에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원래 이 지역은 커다란 제철소가 모여있던 지역이었는데, 중국의 예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에 있던 예술지구의 규모가 그 거대한 아기를 수용하지 못해 만들어진 공간인 듯 하다. 400평 가량의 거대한 크기의 갤러리들이 많고, 이 갤러리들은 상해의 금융가의 자금지원을 받아 엄청난 자본으로, 세계의 유명한 작품들을 수집하고, 중국 작가들의 작품 가를 흥정하며, 그 시장을 비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많은 갤러리들이 특색 있는 디자인에 세련된 형태로 리모델링되었고, 그 내부는 경쟁하듯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해서 몇몇 중국 작가의 작품은 여러 갤러리에서 중복해서 볼 수 있을 정도였고, 상해 비엔날레 에서 보았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입구 쪽 건물은 중국의 젊은 조각가들을 위한 기획전을 하고 있었고, 전체 10미터 정도의 높이의 이 건물 안에는 빌딩 인 빌딩의 형태로 노출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 2층과 3층은 중국 내 여러 미술 잡지사나 아트 컨설턴트, 디자인 회사들이 입주해 서로 상승효과를 보고 있었다. 물론 커피빈 같은 자본의 상징들도 당연 입주해 있었다.

 

 

상하이 여행에서 지금 언급한 3개의 공간 외에도 몇몇 공간들을 옅보긴 했으나 이 세 공간들의 차이와 같은 점은 중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다만 한가지, 이 사람들이 아직은 서툴러도, 세계미술시장에 내놓지 않은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고, 그 보이지 않는 거대함이 불편하도록 두려워진다. 그래서 작지만 작지 않은 한국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현재 보이지 않게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