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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_플레닛타임즈2021_[Art한 실천] 아트in 실천in interview – 해양플라스틱!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다._황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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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한 실천] #4 예술가인가? 실천가인가? 작가 인터뷰 1. 김순임 설치미술가 편

[Art한 실천] 아트in 실천in interview – 해양플라스틱!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다.

 

황수경
기사입력 2021-04-26

 

http://m.planet-times.com/274 

 

기자가 연재중인 [Art한 실천] #4 예술가인가? 실천가인가? 는 첫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그동안 환경을 주제로 표현하는 예술과 생태 미술이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에게 각종 환경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는 점을 비판했고, 무너지고 있는 생태계 앞에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때와 시기가 같다 하여 생태와 환경을 논하는 전시와 작가에게 주목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예술가들에게도 생태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상상하는 예술가들이 미래에 관한 생각과 이미지를 시각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예술성을 논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자연의 순환적 논리를 지니고 자연 소재들을 이용해 작업하는 김순임 설치미술가는 자신에 삶의 범주 안에서 발견되는 물질들과의 상호 관계를 엮어낸다. 2020년 개인전 부산 홍티아트센터에서 <바다풍경>, 일본 규슈예문관에서 <바다무지개> 전을 통해 지난 2년간의 해양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였다. 

 

무명실로 엮은 폐플라스틱은 자연과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작가의 장소 특정적인 작업이기도 하며 2020년 10월 기자의 공간에서 열린 <나는 풍요로웠고> 에서는 보여 준 ‘춤추는 미생물’ 드로잉은 어디에 거주하며 무얼 먹고 사는가? 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였고, 먹는 것어 집중 하며 남겨지고 버려지는 것, 에너지가 되는 달콤한 부분만 취하고 음식 쓰레기라 불리우며 다시 돌아보지 않는 남겨진 것들을 천천히 오래 들여 다 보고, 만지고 배치하며 그 감각과 시각적 형태를 기록한 드로잉이다.

 

 

Q. 인류세와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시대에 김순임 작가님의 작업이 시대에 맞는 작업이라는 말을 최근 들어 보셨나요? 들으셨다면 시대에 맞는 작품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맞다’는 말 속에는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시각적 방식으로 제 생각을 풀어 나누는데,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일에 대한 보람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지요.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생각 그리고 행동에서 시작되어 시간과 정성을 만나 실현됩니다. 한 개인의 개인적인 것은 사실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서 시대와 인류를 대변하는 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제 오랜 생각입니다.

 

 

Q. 일본 규슈예문관에서 <바다무지개> 전을 통해 지난 2년간의 해양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였다고 했는데 그때 발표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2019년 다대포를 배경으로 해양플라스틱에 대한 작업을 구상하고, 관련 전문가분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비취코밍도 따라다니며 배웠습니다. 2020년 부산 다대포 인근, 홍티아트센터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마침 홍티에서 일본 규슈예문관과 교류 일환으로 작가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매일 떠밀려와 쌓이는 해양 플라스틱은 어디에도 있으나, 어디에 무엇이 어떻게 쌓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부산을 마주보고 있는 규슈의 해변에서 작업할 기회이니, 이 프로젝트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신청서와 기획안이 받아들여져 일본에서 작업이 가능했었죠. 가자마자 코로나19가 발발해, 교류프로그램의 여러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미술관에서 종일 거주할 수 있었기에, 정작 사람없는 해변을 걷고, 해양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이를 깨끗이 씻고, 분류하고, 만지고, 생각하고, 그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후쿠오카의 해변에는 정말로 다양한 해양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색과 다양한 형태, 대형마트에서 바벨탑처럼 쌓인 플라스틱 산에서 본, 다 똑같은 색의 것이 아닌, 태어난 모습은 같으나, 다 다른 색의 다 다른 형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깨지고, 바래고, 눌리고, 터지고, 조각나고, 어떤 것의 집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부분적으로 또 다른 것의 먹이가 되기도 했더군요. 자연을 흉내 내어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버려져 바다를 떠 도는 동안, 자연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람에게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독이지요. 하지만,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졌고, 그 편의를 위해 눈앞에서 치워져, 사라진 척 먼 길을 떠 돌아 여행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죠. 사람에게 독이지만, 어디에도 있고, 사람의 속에도 들어와 버린 이들은 이미 자연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각 개인의 죄책감이나, 몇몇 단체의 열정적인 캠패인으로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것, 이미, 나를 포함한 주변이 플라스틱이 된 것은 아닌가 상상했습니다.

 

저는 이 사연 많은 플라스틱들을 대상화 하지 않고, 어쩌면 의인화 해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해변에서 만나고, 물로만 씻고, 색을 분류하면서, 그들의 탄생과 사용되어짐, 버려지고 여행하는 과정을 상상했습니다. 이는 또 일본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으로 분류하여 설치하였습니다. 달콤하고 유용한 플라스틱을 만나고 욕망하고 남용하고 버린 우리에게 플라스틱은 어떤 존재일까요? 여튼 그래도 자연은 인간을 게의치 않고 굴러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변해진 자연에서 인간이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참 여담으로, 후쿠오카의 해변에서는 한글과 한국전화번호가 적힌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만났고, 당연히 중국, 뜬금없이 대만 등의 플라스틱도 만났습니다. 제가 즐겨먹던 ‘대선’의 두껑이 많아서 정신이 좀 번쩍 들었네요.

 

Q. 최근의 전시나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 부탁합니다.

 

최근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과의 대화에서 전시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코로나19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판데믹으로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려면, 좀 더 작업실에 오래 머물 것이 예상되어, 3월에 집근처로 작업실을 이사하고, 그동안 떠돌면서 했던 작업들 중에, 미완의 미발표작들을 발표가능하도록 정리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울산의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다대포의 해양플라스틱과 함께 작업한 를 전시할 예정이고요, 10월에는 제주 산지천에서 야외 설치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업실에서는 도시에서, 도시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발견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 (‘Nature in Food’, ‘Urban Nature, Nature Life’)를 하나하나 꼬물꼬물 작업해가며 쌓아가고 있습니다. 

 

 Q. 예술가인가? 실천가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 줄 수 있으신가요?

 

예술도 실천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예술도 실천도, 동사에 가까운 단어여서 제가 그걸 하고 있는 순간에만 붙일 수 있는 말이 되겠죠. 제 언어는 ‘예술’이라 사회에서 불리우고 있으니, 제 생각과 실천은 ‘예술’을 하는 동안엔 ‘예술’로 표현될 것입니다. 저는 이를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이것을 ‘예술’이라고 불러주어서, 이를 진지하게 봐주고, 공감의 노력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제 인생의 너무나 큰 행운입니다. 그러니 저는 예술로 실천하고, 실천으로 예술합니다.  뭐 둘 다 생각만큼 잘 못할 때도 많습니다만, 제가 즐겁고 남이 즐거울 만큼, 모자람을 인정하면서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