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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통섭, 혹은 김순임의 설치예술 by 유명종(문화비평)

기억과 통섭, 혹은 김순임의 설치예술

 

김순임의 설치예술은 문학적이며 동시에 철학적이다. 돌과 양털과 솜과 광목 실은 그의 예술의 핵심소재이다. 김순임은 이 소재들을 때로는 연결하고 때로는 독립시켜 설치예술을 완성한다,. <어디서 굴러먹던 돌맹이> 연작이 기억에 관한 탐색이라면 <The Space>는 가벼움과 무거움, 따뜻함과 차가움, 음과 양의 통섭을 추구하는 작품이다, 이제 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시인 조지훈은 '돌에도 피가 돈다'고 했다. 사람의 예술혼을 자연에 새긴 석굴암을 두고 한말이다. 피가 돈다는 표현은 문학적 과장이지만 사실 시각을 좀 더 넓혀 생각하면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건져 올린 깨달음의 언어이다. 지구가 생명의 어머니임을 인정한다면, 지구가 살아있는 하나의 푸른 별임을 받아들인다면, 지구의 품에 안긴 모든 것은 살아있는 생명인 까닭이다.

설치예술가 김순임에게 돌은 예술적 표현의 핵심소재이다. 그의 <어디서 굴러먹던 돌멩이> 연작은'장소성'에 대한 사유에서 얻은 설치 작품이다. 그는 서울에서, 공주에서, 마카오에서 , 하천에서, 숲에서 주은 돌을 전시 공간으로 옮겨와 작품을 완성한다.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은 김순임이 지향하는 예술적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돌멩이들, 강에선 강의 모습으로, 숲에선 숲의 모습으로, 도시에서 지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든 돌은 그 곳을 함께 구르는 사람을 닮았다." 작가는 돌을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돌이 품은 기억과 돌에 깃든 이야기와 돌이 보았을 풍경을, 다시 말해 독립된 생명으로서의 돌의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한다. 그의 다른 작업인 <The Space>에도 양모는 구름처럼 떠 있고, 돌은 땅 가까이에 있다. 천장에서 내려온 광목 실이 돌과 양모를 이어주고 있다. 양털은 부드럽고 따듯한 것이다. 그것은 여성일 수도, 자궁일수도 있다. 반대로 돌은 차갑고 무겁다. 그것은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니까 그의 작업은 음과 양이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돌과 양털은 이질적인 존재 같지만 넓게 보면 이분법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통섭하는 것임을, 그것이 자연과 세상의 이치임을, 김순임은 말하고 싶은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아니라 다리가 놓인 통섭의 세계, 돌과 양털 사이에 단절이 아니라 길이(광목 실이) 존재하는 공간. 김순임이 꿈꾸는 세계는 이렇듯 따듯하고 아름답다.

소백산 줄기 경북 풍기에서 태어난 김순임은 이화여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지금까지 미국 버몬트, 뉴욕, 서울, 인천, 부산, 마카오에서 아홉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 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하는 아르코 영아트 프론티어상을 수상했으며, Freeman Asian Award Full Fellowship Winner (버몬트),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신진 작가, 서울 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전시 지원작가로 선정되었다.

 

 


유명종(문화평론가)